깐느에 보낼 작품을 촬영 하러 스튜디오에 갔던 윤대표가
몽환적인 느낌의
녹색 사진을
한장 출력해왔다.
녹차가 물에 퍼지는 모양을 촬영한 것이라고 했다.
윤대표는 우리들에게 "이 사진을 보면서 무엇이 생각나느냐" 고 물었다.
누군가는 "남녀가 서로 싸우고 등을 돌린 모습 같다"고 말했고,
또 누군가는 "오히려 사랑스럽게 껴안고 있는 장면 같다"고 했다.
그러자 또 한명이 "그 말을 듣고 보니 바람과 함께의 한 장면 - 클라크 케이블이 비비안 리를 홱 하고 제끼던 키스 장면 - 같다"고 말했다.
사진을 복사해 각자 생각나는 그림을 스케치 해보니 그럴싸 했다.
마치 추억이 번지는 듯한 효과.
이 사진을 촬영한 윤대표는 남녀가 아니라 어린시절 엄마와 그네타던 추억이 떠올랐다고 했다
이렇게 말이다.
그는 사진 아래에 이렇게 카피를 적어 넣었다.
memory gets vague....
설록차 아트 (일명 마커스 설록아트 <- 우리가 첨 만든거니까) 의 매력은
바로 이런 "여지"에 있는 것 같다.
누가봐도 나뭇잎이고 누가봐도 하트인 라떼 아트 처럼
선명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설록차 아트에는
작가와 관람자가 동시에 완성해 나가는
아날로그적 미덕이 담겨있다.
감상하는 사람이 저마다 자신의 추억 혹은 상상을 투영하면
서로 다른 장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찍는 작가마저도 자기가 어떤 추억과 만나게 될지 모르는...
내친 김에 우리는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녹차 이미지 놀이를 시작했다.
김도영 대리는 사진을 거꾸로 돌리더니 지난해 죽은 강아지가 보인다고 했다.
(그가 강아지라고 주장할때 아무도 수긍을 안했는데 그림을 그려놓고 보니 뭐 그런것 같기도 하다)
김대리에게 녹차는 .... 강아지
김치호 과장은 비상하는 말을 만들어 냈다.
문창연 대리는 여자친구에게 주고 싶은 장미꽃을 만들어냈다.
(원본 사진을 거꾸로 돌려놓은것이다)
문대리에게 녹차는... 장미.
홍기석 대표는 자신이 포착한 장면에서 안경을 쓴 자화상을 찾아내기도 했다.
한반도 지도가
보는 사람에 따라 토끼도 되었다가 호랑이도 되었다가 하듯이,
우리가 찍고 그린 녹차 가루들은
사랑도 되었다가, 이별도 되었다가,
잊고 싶은 기억으로 재현되었다가,
돌아가고 싶은 시간으로 되살아나기도 하고
이내 사라져버렸다.
녹차이기 때문에 아트고 녹차이기 때문에 추억이고 녹차이기 때문에 짠~하다.
(물감이나 먹물을 풀면 이런 색감은 둘째치고라도, 차 한잔이 주는 여유를 느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추억을 마시면 게임은 끝난다.
10여년 전 이태리의 한 바리스타는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따르다가 라떼 아트를 만들어 냈고
2007년 3월 우리 회사 직원들은 국산 녹차잎으로 설록차 아트를 만들어 냈다.
유럽에 기원한 라떼 아트와 달리 역삼동에서 기원한 녹차 아트는 유명 작품도 없고
지지자도 없고, 특별한 기술자도 없지만 최근 우리가 발견해 낸 놀이중에
가장 건전하고 가슴 찡한 아트요, 놀이다.
누구나 카메라와 녹차 티백과 녹차 가루와 컵과 물만 있으면
부서지는 혹은 녹는 혹은 퍼지는 추억과 만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꽤 많이 있어야 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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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록차 아트 즐기기
1. 빠른 방법
- 작은 컵(유리컵, 종이컵 상관없다)에 가루 녹차를 갠다.
- 가루만 개면, 분말 느낌이 너무 강하니까, 티백도 같이 풀어서 적당히 희석한다.
- 다 우려난 녹차 액기스를 큰 유리컵에 뿌리면서 촬영한다.
2. 느린 방법
- 작은 컵(유리나 종이)에 설록차 티백을 널고, 짙게 우려날 때까지 기다린다.
- 다 우려난 녹차 액기스를 큰 유리컵에 뿌리면서 촬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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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1 : 키싱구라미 (이제 스케치 없어도 잘 보이십니까?)
보너스 2 : 사슴얼굴(?)
누군가 아래 그림 안에 사슴얼굴이 있다는데 도저히 못찾겠다..
왼쪽에 소머리 혹은 말머리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_-;
녹차가 모락모락
추억이 모락모락
음...웬지 중독될 것 같은...
@ 설록차 아트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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