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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 뚝심있는 배우 '김호진'

선이래요 2011. 1. 31. 16:03

뚝심 있는 배우 ‘김호진’
“박수칠 때까지 버텨 보려고요”
 
이지혜 기자
(뉴스컬쳐=이지혜 기자)
훤칠한 키와 수줍은 눈웃음을 가진 한 남자가 무대에 나타난다. 그리고는 다소 어색한 거짓말과 과장된 몸짓으로 한순간에 객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연극 [라이어 3탄-튀어!](연출 류현미)의 형사 김태식 역을 맡고 있는 배우 김호진이다. 

▲연극 [라이어 3탄-튀어!](연출 류현미)에서 형사 김태식 역을 맡고 있는 배우 김호진     ©양훼영 기자
 
#배우 ‘김호진’, 형사 ‘김태식’이 되다
배우 김호진은 현재 연극 [라이어 3탄-튀어!]에서 뇌물을 받고 비리를 저지르는 형사 김태식으로 분해 열연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연극열전 ‘오빠가 돌아왔다’에서 막장가족의 패륜아 역할을 연기했었어요. 우연히 그 공연을 류현미 연출님이 보시고 미팅과정을 통해서 라이어3탄에 함께할 수 있게 됐어요.”

막장 아들 역할이 비리 경찰 김태식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말에 시작하게 됐단다. 정작 그는 본인 스스로를 형사 김태식과는 다소 다른 기질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김태식은 비리 경찰이에요. 조연이지만 극 안에서 여러 배우들을 주무르고 속이는 역할이다 보니 냉정하고 냉철한 역할이죠. 그런데 제 성향이 거짓말을 잘하고 그런 게 아니다 보니까 연기를 하다보면 표도 나고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처음 연극 [라이어 3탄-튀어!]에 투입돼 연기를 할 때는 배우 김호진이 사람을 상대하는 방법으로 다가가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내 자신이 맡은 형사 김태식의 방법은 다름을 깨닫고 힘들어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영화를 택했다.

“영화 '부당거래' 같이 현직 비리 경찰이 나오는 영화를 주로 많이 봤어요. 그들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또 어떻게 사람을 다루고 있는지를 위주로 파악했죠.”

동료 배우들의 도움도 한몫했다.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의 도움이 굉장히 커요. 제 이미지가 험해 보이거나 그런 편은 아니거든요(웃음). 그런데 극 중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다 저를 무서워해야 해요. 그래서 동료배우들이 연기적으로 그 부분을 해결해주시는 것 같아서 굉장히 감사해요.”

혹시 지금 자신이 맡고 있는 배역 이외에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영호라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영호라는 역할을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하지는 못하겠지만 저만의 영호를 만들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제 성향이 흥분도 잘하고 굉장히 단순하거든요. 거짓말도 잘 못하고요. 영호는 거짓말이 굉장히 능숙한 사람은 아니지만 순간순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이죠, 그런 면에서 보는 사람은 재밌지만 막상 연기를 하는 사람은 괴롭죠. 그래서 그 힘든 모습을 제 식으로 표현해본다면 좋을 거 같아요.”


▲ 연극 [라이어 3탄-튀어!](연출 류현미)의 공식 포스터     © 뉴스컬쳐 DB
#연극 [라이어 3탄-튀어!]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
‘라이어’는 대학로에서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10년 넘게 지속된 대표 장수 공연이다. 배우 김호진은 ‘라이어’시리즈를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공연이라고 확언했다.

“‘라이어’라는 공연은 워낙에 잘 짜인 연극이기도 하고 배우가 바뀔 때마다 색다른 재미가 있어요. 정말 연극적이죠. 또, 파파프로덕션 자체가 배우를 존중해주고 대우해 주는 곳이에요. 절대 (아부성) 멘트 아니고요(웃음). 요새 대학로에 기획공연이 많고 극단 같은 느낌이 없는데 여기서는 동료들과 가족 같은 분위기를 느끼거든요.”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연극 [라이어 3탄-튀어!]를 봐줬으면 좋을지에 대해 물었다. 라이어1, 2탄을 재미있게 본 후 3탄을 보러 오는 관객들이 많기 때문에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다.

“기대치가 항상 높은 만큼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시리즈마다) 각각의 매력과 재미가 있어요. 또 소재가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연극 [라이어 3탄-튀어!]은 라이어1, 2탄과 다르게 돈이라는 소재를 끌고 들어온다.

“어떻게 보면 (돈이) 무거운 주제이지만 (그것을 둘러싼) 상황이 재밌기 때문에 웃을 수 있는 거죠. 마음을 열고 ‘이거는 또 이렇게 재밌네’라는 생각을 가져주시면 더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 김호진은 연극 [라이어 3탄-튀어!]가 그저 재미만을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의견도 전했다.

“의외로 생각보다 현실하고 비슷한 부분들이 많아요. 그런 점을 생각하신다면 얻어 가실 수 있는 것들이 즐거움 말고도 더 있을 것 같아요.”

▲연극  [라이어 3탄-튀어!](연출 류현미)에서 형사 김태식 역을 맡고 있는 배우 김호진     ©양훼영 기자
#내가 걸어온 길
배우 김호진이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운명적이다. 입버릇처럼 하던 이야기가 어느새 현실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불량하게 학창시절을 보내진 않았지만 모범적으로 보내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저 재밌게 놀기만 하고 지냈는데 어느 날 지인분이 ‘너 커서 뭐될래?’ 라고 물으셨어요. 아마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연예인 할 거에요’ 라고 대답했거든요.”

우연히 뱉은 한마디 말로 인해 배우가 되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배우 김호진의 연기인생의 시발점은 아니었다. 

“학원비를 받아서 연기학원에는 안가고 뭐 약간 그랬거든요(웃음). 20대 초반까지도 진지하게 생각했다기보다는 여기저기 방황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군대 제대 후에 서울예전이라는 학교를 가게 되면서부터 진지한 마음가짐을 가졌죠.”

그 당시부터 가지려 노력했던 진지함을 그는 지금까지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그런 모습이 지루하다고 볼멘소리 할 때도 있다지만 그 마음가짐만큼은 그가 연기자로서 평생 가지고 가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란다.

사실 배우 김호진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졸업 후 우연한 기회에 드라마에 먼저 발을 들여놓게 됐다. 브라운관과 무대의 장·단점을 물어브는 기자의 질문에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드라마나 연극을 많이 하신 분들도 이런 얘기는 쉽게 못하실 것 같아요. 근데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장·단점이 있어요. 드라마는 순발력이 요구되죠. 짧은 시간에 모든 걸 맞춰 준비해 가야하니까요. 그래서 배우로서 역량이 차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 같아요. 반면에, 연극은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드라마보다는 여유로운 편이에요. NG없이 라이브로 호흡을 맞춰가는 것도 연극의 매력이죠.”

▲ 연극 [라이어 3탄-튀어!](연출 류현미)에서 형사 김태식 역을 맡고 있는 배우 김호진     © 양훼영 기자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길
사실 경상도 부산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이미지 탓인지 그는 2010년 ‘잇츠유’라는 로맨틱코미디 연극을 통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저는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보시는 분들은 저와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가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경상도 남자라 닭살스러운(?) 멘트를 힘들어하는데 막상 잘 어울린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역할들이 잘 어울리나보다 라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저는 언젠가 마초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대학로 포스트 지현우’라는 별명과 함께 여성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는 정작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이 쑥스러운 듯 보였다.

“사실 (대학로 포스트 지현우라는) 별명은 약간 손발이 오그라들어요(?). 그래도 이미지가 굉장히 좋으신 분이고,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고 계시는 분이라 감사하죠. 하지만 제가 조금 더 활동을 많이 하고 그러면 그런 얘기를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하는 시기가 오겠죠?(웃음)”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를 묻자 배우 김호진은 서슴없이 영화라고 답했다.

“영화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영화 같은 경우에는 드라마와 연극의 장점이 많이 붙어있는 반면에 단점들은 최소화된 느낌이거든요. (어쩌면) 해보지 않아서 더 설레는 것 같아요.”

자신이 가진 역량을 얼마만큼 끄집어낼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눈에서 영화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배우 김호진은 대화를 하면 할수록 연기에 대해 그리고 본인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그는 누구를 본보기로 삼고 연기 인생을 펼쳐나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제 주변에 활동을 하시고 계시는 김원해 배우, 전배수 배우, 서현철 배우 등 저보다 10살 이상의 선배님들을 많이 접하면서 많은 것을 배워요. 저보다 늦은 나이에 시작해 어려운 시간들을 꿋꿋히 버텨 내시는 모습을 보면 대중이 많이 알아주지는 못할지언정 저에게는 감탄을 자아내는 선배님들이세요.”

생김새도 제각각이지만 연기를 향한 열정 하나로 어떤 일이는 버텨내는 꿋꿋함과 성실함을 배우고 싶단다.

“솔직히 얼마나 더 노력해서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아직은 정말 모자란 점이 많기도 하구요. 대단한 스타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나이가 먹고 경험이 쌓였을 때 대중에게 더 좋은 걸 보일 수 있게끔 버텨 보려고요.”

그는 ‘박수칠 때까지 버텨보자’가 자신의 좌우명이라고 밝히며 열심히 노력하고 버티다보면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한다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2011년 활동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2009년 그리고 2010년에는 쉬지 않고 계속 공연을 했어요. 아마 2011년도 저한테 다가오는 공연이든 제가 다가가는 공연이든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라고 답했다.

***
인터뷰를 하는 내내 배우 김호진은 누구보다도 확고하고 뚜렷한 의지와 목표를 내비췄다. 그래서인지 그의 10년 후, 20년 후 연기 인생이 기대됐다. 언젠가 어느 곳에서든 그의 뚝심 있는 연기를 보기 위해서라도 배우 김호진이 대중의 박수를 받을 때까지 버텨주기를 바란다.


[프로필]
이름: 김호진
생년월일: 1980년 3월 3일
학력: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졸업
출연작: KBS TV소설 ‘강이 되어 만나리’, KBS 드라마시티 ‘쉿! 거기 천사’, ‘그녀의 별이 반짝일 때’, 연극 ‘잇츠유(2010)’, ‘오빠가 돌아왔다(2010’), ‘라이어3-튀어!(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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