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아, 너 그런 남자 놓치고 평생 후회할 거다"
"그래, 나도 안다... 이년아... "
(나난과 동미의 대화 중)
<싱글즈>에서 이런 대화는 욕이 아니다.
우리가 나누는 일상적인 언어표현, 지난밤 애인과 하룻밤 몇 번 했는지
동성친구와 허심탄회하게 풀어놓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화끈하게 까발렸던 이십대 막장, 스물 아홉을 사는 세 남녀의 이야기 영화 <싱글즈>는
내가 스물 아홉을 넘고 서른이 되던 날, 그 날 8월 19일 내 생일날,
내가 나 자신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 떠났던 영국 여행지에서 본 영화로 기억된다.
빠리에서 유학하던 당시 여름방학 막장에...
늘 그랬듯 개학을 며칠 앞둔 시점이어서 생일은 나에게 어려서부터 큰 의미가 없는
하루로 지나가곤 했다.
여름방학 내내 놀다 개학을 며칠 앞두고 밀린 방학숙제로 정신없을 친구들을 불러
생일파티를 하기에도, 그렇다고 며칠 있음 학교에서 설레임을 가지고 만날 아이들을
미리 불러 모은다는 것은 상당히 김새는 일이라는 것을 일찍 깨우쳤기에
혹은 성숙했기에 그랬던 것인지 나는 초,중,고를 마칠 때까지, 아니 대학을 마치던
4년 내내 언제나 그랬듯 제대로 된 생일파티를 해 본 적이 없다.
(울엄마아빠는 가정경제화합을 위해 나를 그 날에 태어나게 하셨던 것일까... -.-;;)
뭐, 어쨌든이다...
스무살엔 뭐가 뭔지 너무 어려서 혼자 결정하고 행함에 뒷심이 딸려
아무런 이벤트도 벌여보지 못했다지만 왠일인지 스물 아홉을 넘기고 서른이 되려는데
뭔가 억울했었던 것인가...
뜨거운 태양 아래 주구장창 책만 파다 문득 나를 위한 선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빠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항공권을 구입해 버린 것이다. 킁~
런던의 루튼 공항에서 만난 해사한 쭈미는 남편과 함께 나를 반겼고,
간단한 런던 산책 겸 번개관광을 마치고 나는 맨체스터로 떠났다.
그 곳에서 혼자 머물며 우연히 한국에서 공수되어 왔음직한 DVD를 여러 개 입수하게
되는데 그 때 <싱글즈>라는 영화가 곁들어져 있었던 것...
오옷~ 화사한 색감이 좋아, 또 가수로서는 정말 별로지만 배우로서는
굉장한 매력덩어리라 생각하는 엄정화씨를 본다는 생각에 서둘러 돌려보고는
오 마이 갓~~~ 나지막히 외치며 약 2박 3일 동안 다섯번은 더 돌려보지 않았을까...
아마도 영국에서 보낸 한 달이 조금 안되는 시간, 서른을 기념하는 나의 생일파티는
혼자서 그렇게 조촐하게 혹은 화려하게 진행되었는데 그 때 가장 인상적인 문화행위였다면
절대 공감을 하고 미치도록 사랑스러웠던 영화 <싱글즈>를 만나게 되었더라는
것으로 기억된다.
古 장진영씨의 매력에 푹 빠지고,
엄정화씨의 쌔끈한 카리스마에 녹아들어
이범수씨의 털털함에 버무려지는 환상적인 조화란
톡톡 쏘는 식초맛이 매력적인 매콤한 골뱅이 무침에 백치미(?)를 지닌 소면을
비벼먹는 지치지 않는 열렬한 짝사랑의 느낌이었다.
어제 국내 창작 뮤지컬 <싱글즈>를 만나다.
드라마와 영화를 다시 연극으로, 영화를 다시 뮤지컬로 옮기는, 그리고 연극이
영화로 옮아가는 <One source Multi use> 트렌드는 (주)악어컴퍼니 기획,
2007년부터 오픈런 공연, 제 13회 한국 뮤지컬대상 6개 부문 노미네이트 되는
기록을 세우며 뮤지컬 <싱글즈>로 새롭게 태어났다.
과연 국내 창작뮤지컬이 재미있을까... 라는 의아함과,
나를 홀딱 반하게 했던 영화만큼 매력이 있을까... 라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며
반신반의한 기대를 가지고 공연을 보러 들어가는 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을 지나 방통대 근처에 위치한 <예술마당>...
여러 흥미로운 공연을 동시에 하고 있어 이 앞에만 가 있어도 만족되는 문화생활에
영혼이 채워지는 느낌으로 충전되어 나올 수 있을것 같더라는... ^^
뮤지컬 <싱글즈>의 무대...
스펙터클한 대형 뮤지컬만 보다가 소극장 뮤지컬을 보러 들어오니 연극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 기대되는 순간...
영화에 충실하여 만들어진 내용은 대사 또한 비슷하여 혼란을 주지 않았고,
대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그들의 화려한 움직임에 시각적, 청각적 즐거움이 배가 되어
한껏 즐겁고 흥겨웠던라는 뒷이야기...
앙증맞은 소극장 뮤지컬을 처음 접하면서 연극을 보듯 관객과 소통하는 친밀함이
가장 큰 매력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국내 창작뮤지컬이란 면에서 배우들의 뛰어난
노래실력과 연기를 보면서 그 발전 가능성에 굉장히 놀라웠다는 솔직한 고백...
솔직히 곡은 살짝 촌스럽고 좁은 무대와 그 분위기가 다소 키치한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관객과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 배우들의 열연은 그 어떤 화려한 대형 뮤지컬보다
만족스러웠기에 규모에 입을 쩍쩍 벌리고 감탄하며 본 후에 일방적으로 감동만
받아 나가는 소극적인 공연보기 행위에 비해 훨씬 만족스러웠다라는 것...
나난 역을 맡은 서지유씨...
<싱글즈>의 커튼콜은 다른 이의 테마를 대신 부르는 재미난 시간...
서지유씨는 처음에는 독특한 느낌이란 생각을 했는데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되는
매력의 소유자... 살짝 비음이 섞인듯한 목소리가 독특하여 노래할 때마다
귀가 즐거웠던터라 공연이 끝난 후에 가장 많이 아쉬웠더라는... -.-;;
관객에게 인사를 하는 좌: 동미 역의 김진희씨, 우: 나난역의 서지유씨...
음주사고로 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후, 홀로 아이를 낳겠다는 동미에게
"내가 아빠할 테니까 너가 엄마해..."
라고 말하는 쿨한 나난과, 직장 상사의 바지를 벗기고 팬티차림으로
끌고 나가 전 직원들 앞에 망신을 주던 새끈한 동미, 두 친구의 열창 장면...
영화에서는 엄정화씨가 맡았던 동미역의 김진희씨...
김지희씨의헤어스타일과 의상을 보며 세련되고 섹시한 동미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 살짝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노래 부르고 춤을 추는 거침없는
역할을 충분히 잘 소화해 내던 배우였더라는... 브라보~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는 친절한 동미... ^^
정준역의 이지송씨...
왜소한 체구와 꺼벙한 캐릭터를 그대로 살려낸 매력만점의 배우...
코믹한 연기가 굿~이었으나 그 안에 담겨진 무대에 서 왔던 오랜 내공이
그대로 다 느껴졌더라는...
개인적으론 이 두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말해보고 싶다.
<한부장 외> 라는 캐릭터 명을 가진 왼쪽 남자분은 지난번에 본
연극 <옥탑방 고양이>에서처럼 다양한 역을 소화해 내던 멀티 액터...
관객과 배우 사이의 무대 간격을 줄이는데 가장 큰 일조를 하신 분으로
굉장히 큰 웃음을 전해 주던 분...
동미에게 말려 양복바지를 벗고, 분홍 팬티만으로 무대 뒤로 나갈 때까지
끝끝내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 내며 뮤지컬 <싱글즈>를 빛내 주던 멋진 배우...
가장 인상적인 배우로 다시 <싱글즈>를 보라면 이 분에게 꼭 말걸어 보고 싶었더라는... ^^
나난을 사랑하는 박수헌 역의 박영필이라는 이 분은 훤칠한 키와 서글서글한 외모,
그리고 유능한 증권맨이라는 직업에 엉뚱한 캐릭터까지 다 좋은데...
청바지를 너무 바짝 올려 입어 코디센스가 살짝 부족하였더라는...
나난이를 만나 데이트 할 때, 다음 공연부터는 바지를 살짝만 더 내려 입으세요~ ^^;;
모든 배우가 한 자리에 서서 무대인사를 하는 모습...
맨 끝에 분홍색 옷을 입은 아가씨는 동미가 나난에게 생일선물로 사줬다는
백화점 출신 명품 핸드백이라 믿었던 것을 오리지널 짝퉁이라 확인시켜 주며
동미에게 공개망신을 주던 철부지 아가씨 지혜 역의 문슬아씨...
너무나 정형적인 순수한 청순녀를 연기했기에 개성이 없어 살짝 아쉬웠으나
그마저 톡톡 튀었더라면 어쩌면 <싱글즈>는 산으로 갔을지도... ㅋㅋㅋ
워낙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실 <싱글즈>는 뮤지컬로 태어나 음주사고로 잠을 자버린
동미와 정준에게 나난이 독특한 분홍색 삐딱구두(?)를 오가며 불러주는
'자, 이제 결혼해(?)'와 같은 영화에는 없던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고
감동을 주어버렸더라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즐기는 한시간 반의 유쾌한 대화, 노래...
우리가 살아가는 결코 낯설지 않은 모습들이 무대에 올려져
하나의 예술로 탄생함을 확인하는 순간,
당신의 삶이 결코 예술적이지 못할 이유도 없을지어니...
경질성 발령에 자존심은 확 때려칠까 하지만 당장 매달 내어야 하는
카드할부값부터 각종 공과금의 압박.. 결국 현실과 타협하고 마는
나난의 모습은 너무나 공감되는 설정이 아닐런지...
사실, 영화에 충실하여 뮤지컬이 탄생하였으므로 <싱글즈>에 대한
따른 언급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다만, 영화와는 약간 다르게 뮤지컬에서는 함께 옆자리에 앉아 보고
있는 남자, 혹은 여자를 하나로 묶어주는 기막히게 멋지고 좋은
노래들을 계속 불러줌으로서 기특한 연애감정을 자극한다.
소극장 뮤지컬이 관객과 배우 사이에 얼마나 오붓한 시간을 만들어 내는 것인지를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 옆에 앉은 사랑스런 그이, 그녀의 손을 저절로 잡게 되고
말 것이라는 확신을 전하며,
피어나는 계절을 맞아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이 땅의 수많은 대한민국 연인들에게
국내 대표적인 '데이트 뮤지컬'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싱글즈>를 추천하고
싶어졌더라는 굳은 결의( -.-;;)를 전하며 뿌쌍 이만 줄일랍니다. ^^
글: 뿌쌍 / 사진: 포레스트
이 글은 뿌쌍과 포레스트가 함께 만들어 가는 포토에세이 블로그
티스토리 <병아리숲>에도 동시에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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